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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 대우전자 인수 석달만에 시너지 3천억…박영우 혜안 빛났다

전경운 기자
입력 : 
2018-07-24 17:36:10
수정 : 
2018-07-24 20: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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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영업망 대폭 강화로 美서 이달 2200억 대형 계약…R&D 통합해 신제품 공동개발
대우전자 부채비율 1000%, 하반기 최대 400억 추가 투입…올해 실적 흑자전환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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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그룹(회장 박영우·사진)이 대우전자를 인수한 뒤 기존 자회사인 대유위니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잔금 납입으로 인수 작업이 완료된 지 3개월 만에 제품 개발은 물론 유통과 비용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부채 비율이 1000%를 넘는 대우전자의 재무 개선은 여전히 숙제다.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대유그룹은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의 유기적 협업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국내외 영업망이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법인영업그룹장 출신인 김재현 대표가 이끄는 대유위니아가 양사 국내 판매를 맡고 있다. 강력한 해외 영업망을 보유한 대우전자(대표 안중구)가 두 회사 해외 판매를 주도하는 방식이다. 대유그룹은 대우전자 인수 작업이 완료된 직후 대유위니아와의 해외 공동 마케팅을 적극 추진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대우전자는 5월 말부터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중국 100여 곳 양판점에서 대유위니아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유위니아의 프리미엄 냉장고 '프라우드', 딤채쿡, 김치냉장고, 에어컨이 대우전자 유통망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달에는 미국 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대유위니아가 미국 프리미엄 백화점과 내년부터 2년간 매년 13만대 규모의 냉장고 제품을 공급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억달러(226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이번 계약은 대유위니아의 기술력과 대우전자의 유통망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한 성과로 평가된다. 향후 이 같은 형태의 영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너지 효과는 영업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는 성남과 부평에 각각 있던 연구개발(R&D) 조직을 성남연구소로 통합하고 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유위니아 대표 출신의 엔지니어인 박성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R&D 조직 총괄을 맡았다. 이는 양사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R&D와 물류를 통합 운영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제품 공급 계약과 공동 연구개발, 원가 절감, 자산 매각 효과를 합치면 5개월 만에 3000억원 수준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산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가 원부자재를 통합 구매하면서 구매력 강화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도 보고 있다"며 "경영진이 조직 융합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빨리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영우 회장은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확실할 것으로 보고 오래전부터 대우전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에 박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대우전자에 대한 실사 작업도 건너뛰고 곧바로 수백억 원을 베팅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과제는 대우전자의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난 수년간 재무구조와 실적이 악화된 대우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1029%라는 최악의 부채 비율에 3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까지만 해도 300%대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계속된 실적 악화에 재무구조가 망가진 것이다.

대유그룹은 대우전자 성남물류센터와 부평연구소를 중복 자산으로 분류하고 매각을 추진해 334억원을 수혈했다. 이 대금은 대우전자의 고금리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또 인수 이후 220억원 규모의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그룹의 자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이다. 대유그룹은 하반기 300억~400억원의 자체 자금을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대유그룹이 대우전자 인수 직후 밝힌 유상증자 계획은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전자에 대한 유상증자는 기업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음 추진한다는 게 대유그룹 내부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상됐던 유상증자 규모는 700억원 내외에서 많게는 800억원 수준이다. 대유그룹이 최근 매각 계약을 체결한 스마트저축은행의 매각 대금 잔금이 들어오면 이 중 상당 부분이 대우전자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자금 수혈로 재무 개선을 일부 이뤄낼 수 있지만 관건은 역시 대우전자의 실적이다. 대유그룹은 올해 대우전자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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